실업률과 고용정책 : 실업률 계산과 고용의 질까지 이해하기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저는 뉴스에서 나오는 실업률 수치를 솔직히 믿지 않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취업 못한 사람이 저 포함 한둘이 아닌데, 실업률은 생각보다 낮은 숫자를 유지했으니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의심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었습니다. 실업률 계산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고, 숫자 뒤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이 숨어 있었습니다.
실업률 계산, 숫자만 보면 절반도 못 읽는다
실업률이 오르면 뉴스는 바빠집니다. 그런데 막상 그 숫자가 내 상황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EAP, Economically Active Population) 가운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입니다. 여기서 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 상태에 있거나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중요한 건 '적극적으로'라는 단서입니다. 구직을 포기한 사람, 취업 의사는 있지만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은 사람은 이 계산에서 아예 빠집니다.
제가 취업 준비 당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반년 넘게 지원서를 넣다가 지쳐서 잠시 쉬던 친구는 통계 기준으로는 비경제활동인구였습니다. 쉽게 말해 실업자도 아니고 취업자도 아닌, 숫자 밖의 사람이 된 거죠.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고용동향을 보면, 실업률 외에도 고용률과 비경제활동인구 규모를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업률 하나만 볼 게 아니라 이 수치들을 함께 봐야 노동시장의 실제 분위기가 보입니다.
실업률을 좀 더 정확하게 읽기 위한 핵심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 구직단념자(discouraged workers, 취업 의사는 있으나 구직을 포기한 사람) 규모가 늘고 있는지
- 시간 관련 추가취업 가능자(주 36시간 미만 일하면서 더 일하고 싶은 사람)가 증가하는지
- 지역별 고용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지
이 네 가지를 같이 보면 "실업률이 낮은데 왜 체감은 다르지?"라는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이 나옵니다.
고용정책, 실업률을 낮추는 것과 일자리를 살리는 것은 다르다
그렇다면 정부의 고용정책은 이 복잡한 노동시장에 어떻게 개입할까요?
고용정책은 크게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ALMP, Active Labour Market Policy)과 소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나뉩니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란 직업훈련, 취업 상담, 창업 지원처럼 사람이 일자리를 찾거나 유지하도록 직접 돕는 정책을 말합니다. 소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실업급여처럼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소득을 일시적으로 보전하는 방식입니다.
제 경험상 이 두 축이 균형을 맞추지 못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취업 준비 시절 고용센터를 방문했는데,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꽤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훈련을 마친 뒤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얼마나 탄탄한지는 솔직히 의문이었습니다. 훈련은 훈련이고, 채용은 채용인 느낌이랄까요.
고용유지지원금(고용유지 지원) 제도도 주목할 만합니다. 고용유지 지원이란 경기 침체나 일시적 경영 위기로 기업이 인력을 감축하려 할 때, 정부가 인건비 일부를 보조해 해고를 막는 제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이 제도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해당 시기 지원 규모가 이전 대비 수십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산업 구조가 빠르게 바뀌는 시기에는 전직 지원, 즉 기존 직무에서 새로운 분야로 이동하는 교육과 연계가 핵심이 됩니다. 단순히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과 사람과 일자리를 제대로 연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고용의 질, 이 기준을 놓치면 숫자는 의미 없다
실업률이 낮아졌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저는 한 가지 질문을 자동으로 떠올립니다. "그 일자리, 실제로 쓸 만한 일자리인가?"
이건 단순한 냉소가 아닙니다. 노동시장에서 고용의 질을 측정할 때는 불완전 취업률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불완전 취업률이란 취업 상태이지만 원하는 만큼 일하지 못하거나, 직무와 맞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까지 포함한 광의의 고용 불안 지표입니다. 실업률이 낮아도 불완전 취업률이 높다면, 노동시장이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취업자 수가 늘면 고용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해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단기 계약직이나 초단시간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로 수치가 오른 경우라면, 실질적인 생활 안정과는 거리가 멉니다. 제 지인 중 한 명은 취업 통계에는 '취업자'로 잡히지만, 월 수입이 100만 원 초반인 초단시간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여전히 구직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좋은 고용정책이 갖춰야 할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임금 수준이 생활 안정을 뒷받침하는가
- 고용 기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
- 직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인가
- 경력 개발 경로가 열려 있는가
- 지역에서도 정착 가능한 인프라와 연계되어 있는가
이 기준이 하나라도 빠지면 수치상 실업률이 낮아지더라도 사람들의 체감은 달라집니다. 정책의 목표가 숫자를 맞추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실업률과 고용정책은 함께 읽어야 의미가 생깁니다. 수치 뒤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그 정책이 실제로 그들에게 닿고 있는지를 묻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의 저처럼 뉴스 속 숫자가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 의심은 틀린 게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 지표는 읽는 법을 알아야 비로소 내 삶과 연결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쓴 것이며, 전문적인 경제 또는 노무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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