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전기요금 (요금제 선택, 시간대별 요금, 자동 적용)

저녁 골목을 걷다 보면 텅 빈 가게에 불만 환하게 켜져 있는 풍경을 종종 마주칩니다. 그때마다 ‘장사가 안 되는구나’ 싶어 괜히 마음이 쓰였는데, 사실 저는 그 안에 켜진 형광등 하나하나가 전기요금 고지서에 어떻게 찍히는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6월부터 자영업자 전기요금 제도가 바뀝니다. 요금제 선택 폭이 넓어지고, 6개월간은 더 저렴한 요금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요금제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게 정확히 무슨 말인가

이번 제도 변경의 핵심은 일반용전력(갑)Ⅱ 이용자에게도 단일요금제 선택권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자영업자가 주로 적용받는 일반용전력(갑)은 계약전력 300kW 미만인 소규모 상가·사업장에 해당합니다. 계약전력이란 한전과 계약한 최대 사용 전력량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내 가게가 한 번에 쓸 수 있는 전기 한도라고 보면 됩니다.

이 중 일반용(갑)Ⅱ는 구분계량기, 즉 시간대별로 전력 사용량을 따로 측정하는 장치가 설치된 경우입니다. 전체 일반용(갑) 이용자 가운데 약 9%에 해당하는 약 29만 호가 여기에 속합니다. 나머지 91%는 이미 시간에 상관없이 동일한 단가가 적용되는 일반용(갑)Ⅰ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일반용(갑)Ⅱ 이용자는 무조건 시간대별 요금만 적용받았는데, 이번에 단일요금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선택지가 늘어난 건데,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그래서 실제로 얼마나 달라지는 거지?’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새로 추가된 선택 요금제의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압A 선택Ⅲ: 기본요금 7,170원/kW, 전력량요금 여름 142.6원/kWh·봄가을 98.6원/kWh·겨울 130.3원/kWh
  • 고압A 선택Ⅳ: 기본요금 8,230원/kW, 전력량요금 여름 138.6원/kWh·봄가을 94.3원/kWh·겨울 125.0원/kWh
  • 고압B도 동일하게 선택Ⅲ·Ⅳ가 추가

시간대별 요금 개편, 저녁 장사 자영업자에게 불리한 이유

이번 제도 개편의 배경에는 3월에 발표된 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이 있습니다. 핵심은 낮 시간, 즉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요금을 최고부하에서 중간부하 수준으로 낮추고, 저녁 시간인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는 반대로 중간부하에서 최고부하로 올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최고부하, 또는 최대부하란 전력 수요가 가장 몰리는 시간대에 적용되는 가장 높은 단가를 의미합니다. 전력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위해 피크 시간대에 더 높은 요금을 물리는 구조입니다. 이 구분계량기를 통해 시간대별로 요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이 바로 계시별 요금제입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낮 시간에는 전기를 더 쓰도록 유도하고, LNG 발전에 의존하는 저녁 피크 수요는 줄이겠다는 에너지 정책적 판단입니다. 방향 자체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입니다.

저녁 8시에 가장 손님이 많은 삼겹살집이나, 밤새 온수를 데워야 하는 목욕탕, 숙박업소 입장에서는 영업 시간을 바꾸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제가 직접 장사를 해본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낮 시간대 손님이 없는 업종은 요금 구조가 바뀐다고 해서 전기 쓰는 시간을 당길 수가 없다고 합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이 점을 인정했습니다. 이원주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은 “저녁에 손님이 몰리거나 영업 특성상 전력 사용 시간을 옮기기 어려운 일부 자영업자의 부담을 고려해 선택권을 넓혔다”고 설명했습니다.

6개월 자동 비교 적용,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나

이번 조치에서 제가 가장 현실적인 배려라고 느낀 부분은 6개월간의 자동 비교 적용 방식입니다.

6월부터 11월까지, 한전은 매달 두 가지 요금을 동시에 계산합니다. 기존 시간대별 요금과 새로 도입된 단일요금을 각각 실제 전력 사용량 기준으로 산정한 뒤, 더 낮은 요금을 자동으로 고지서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과거 사용 패턴을 추정하는 게 아니라, 그달 실제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달 비교합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계산 없이 6개월치 고지서를 비교해보고 12월부터 유리한 요금제를 선택하면 됩니다. 요금제 전환 결정을 위해 별도로 에너지 컨설팅을 받거나 kWh 단가를 일일이 계산해야 했던 부담이 줄어드는 셈입니다.

다만 실제 절감 폭은 업종, 영업시간, 월별 전력 사용 패턴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이를 일률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제 생각에도 24시간 냉동 설비를 돌려야 하는 편의점과, 저녁 5시에 문을 여는 주점은 같은 틀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6개월간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 어떤 평균값보다 정확할 것입니다.

가정집 전기요금은 오르나, 가짜뉴스 주의

이 소식이 퍼지면서 일부에서 가정집 전기요금도 오른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는데, 이건 잘못된 정보입니다. 이번 개편 대상은 일반용전력(갑)Ⅱ, 일반용(을), 산업용(갑)Ⅱ, 교육용(을)으로 한정됩니다.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와는 완전히 별개입니다.

주택용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누진제, 즉 누진요금제란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단가가 높아지는 구조로, 이번 시간대별 개편안과는 다른 체계입니다. 이번에 바뀌는 건 어디까지나 계약전력 기반의 사업용 요금 구조입니다.

솔직히 이런 가짜뉴스가 퍼지는 게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도 자체보다 ‘전기요금 오른다’는 키워드가 공포심을 자극하기 좋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정집은 이번 개편과 무관합니다.

정부는 요금제 개편과 함께 소상공인 에너지 효율 향상 지원도 병행합니다. 올해 700억 원 이상의 효율향상 예산이 투입되고, 고효율 LED 등 설비 지원단가도 2배로 높아졌습니다. 설비 교체 여력이 없는 소규모 가게들을 감안한 조치로 보입니다.

이번 변화가 모든 자영업자에게 획일적인 혜택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6개월간 자동으로 유리한 요금을 찾아주는 방식은 현실적입니다. 일반용(갑)Ⅱ에 해당한다면 6월 고지서부터 두 요금이 모두 표시될 예정이니, 그때부터 꼼꼼히 비교해두시길 권합니다. 12월에 선택을 앞두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흐름을 파악해두는 게 낫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에너지·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요금 계산은 한국전력 고객센터 123 또는 한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기후에너지환경부 뉴스·공지 - 보도자료 2025.05.26, 소규모 자영업자 전기요금 선택권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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